한 때는 생명이 가득한 푸른 영토였던 곳이다.
푸르던 대지는 한 차례 탈피를 끝마치고 흙먼지만 날린다.
모든 생명이 등을 진듯한 이 마을에도 음악 소리가 크게 울렸다.
전장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온몸으로 실천하며
한 호흡에 둘, 셋의 적도 거뜬히 베던 국왕이 벌려놓은 잔치판의 소리다.
한때는 모든 국민의 추앙을 한몸에 받았던 그였다.
본인을 따르는 수많은 백성을 위해 본인 한 몸 망가뜨리며 국가를 지켜갔다.
허나 영원함이란, 언제나 그래 왔듯, 존재하지 않았다.
신임하던 부하는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부인의 미에 취해 그를 강제로 탐하다 저항하는 그를 살해하였다.
그의 아들은 아비를 따라간 전장에서 말에 짓밟혀 전사했다.
총각인 시절엔 백성이 그의 전부였다. 처자식이 생긴 후에도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그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가족을 우선시하고 있었으며, 본인의 모든 것을 잃은 그는 미치기 시작했다.
본인의 세계가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동물적 쾌락에 미친 듯이 집착하였다.
색을 가까이하고, 음주 가무를 즐기며 마약을 즐기기 시작했다.
우람하던 그의 근육은 너무도 초라하게 줄었다.
총명함이 넘치던 그의 눈은 이미 그 색을 바랜 지 오래다.
이 마을의 장이 이러하니 주민이 남아나겠는가.
하나둘 떠나기 시작해
이제 잔치판 앞을 지나는 단 한 가족이 아직 이 고을에 있는 주민이다.
마을에 사람이 없어지자 길가는 사람들을 납치도 하기 시작한 그의 주군을 바라보며
그 가족의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자가 그의 가족에게 잠시만 그의 주군과 얘기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그의 아버지에게 목숨을 빚진 청년이었다.
전쟁이 한창일 때, 그는 적군에게 포로로 붙잡혔었다.
본인이 나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아니니 그는 당연히 죽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국왕이던 그의 아버지는 본인의 목숨을 걸고 그의 자그마한 왕국의 시민을 구하러 왔었다.
죽다 살아난 몸이니 그의 말이면 무엇인들 못 따랐으랴.
그를 주군으로 모시며 죽는 날까지 보필하였다.
그가 숨을 거두던 날, 아직 철이 없던 그의 아들을 부디 잘 부탁하노라며 숨을 거두었다.
옛 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있는 탓일까, 전 주군의 부탁을 잘 듣지 못한 탓일까
그의 눈은 초점을 잃은 채로 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말이라면 줄곧 잘 따르던 왕이지만, 술이 눈을 가려서인지, 스스로 눈을 감은 것인지, 그를 향해 술맛이 떨어지니 썩 비키라 명하였다.
아내와 아들을 동시에 잃은 슬픔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걸 알지만, 그의 주군은 한 국가의 왕이다.
법 없이도 살 것 같던 그의 주군이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졌는데, 그의 마음 또한 오죽하였을까.
그날 이후로 '신뢰', '책임' 등의 말을 저 멀리 치워둔 그의 주군을 바라보며 그의 위치의 막중함에 대해, 국가의 재건에 대해 논하고자 긴 한숨 끝에 어렵사리 말을 꺼낸다.
[Desper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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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perado를 들으며 찰나의 순간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간 장면들을 무작정 휘갈겨 써봤다.
그러다보니 캐릭터의 필연성이 많이 부족한 느낌이긴 하다.
원곡과 이런저런 가수들의 커버를 들어봤는데, 전인권 선생님께서 부르신 버전이 가장 처절하게 가사와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비통함과 안타까움이 목소리에 묻어나니, 노래가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