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에게 보낸 카톡
서울역에 도착하고 역을 나와 햇빛과 마주한 순간 도망쳤어야 했나 싶다.
선크림을 잘 바르는 편이 아닌데, 조금만 오래 노출돼도 피부가 썩어 문드러질 햇빛 같아 택시에 타서 선크림을 발랐다.
이 시점에선 몰랐다. 이모 댁의 에어컨이 고장 났단 걸...
나중에 알고 보니 이모 댁의 에어컨이 고장 났더라. 선풍기만 틀고 있기 그래서 이모는 큰이모 회사 건물에서 계신다고 하셨다.
나만 올라온 게 아니라서, 거기에 몇몇이 자고 나는 에어컨 고장난 이모 댁으로 왔다.
잠을 얼마 못 자서 당장 쓰러질 만큼 피곤했는데, 겉과 속이 고루 익을듯한 더위에 잠이고 뭐고 사라졌다.
카톡에서도 말했지만, 낯선 곳에서 자면 두 시간만 자도 오래 잤다 싶을 만큼 잠자리를 가린다. 그래서 시원해도 다른 곳에선 못 잔다.
근데 여긴 너무 덥다. 그래서 못 잔다.
다시 말하지만, 윤동주는 틀렸다. 오늘 밤에 작정하면 나는 하늘의 별을 다 헬 수 있을 것 같다.
눈을 붙여도 잠이 오질 않는다.
오늘 밤은 이미 글렀다.